감원 사유가 된 AI는 2023년에 유니티를 다룰 수 있었을까요?
부산시가 지역 중소·인디 게임사의 AI 전환을 돕겠다고 발표한 게 올해 7월 29일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같이 하는 사업이고, 개발 분야별 전문가를 1대1로 붙여주고 심화 컨설팅과 실습 교육을 하고 AI 서비스 플랫폼 이용료를 대준다는 내용입니다. 기획부터 품질검증까지 전 단계에 AI를 붙이는 걸 지원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비슷한 기사가 여름 내내 나왔습니다. 대형사가 먼저 하던 걸 이제 중소·인디까지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다는 그림입니다.
날짜를 하나 옆에 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유니티가 AI 에이전트에서 에디터를 직접 다룰 수 있게 만든 게 2026년 5월 11일입니다. 부산시 발표 두 달 반 전입니다. 그리고 게임업계가 AI를 이유로 사람을 줄이기 시작한 건 2023년입니다.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도구는 작년에 왔는데 그 도구를 이유로 든 감원은 재작년에 있었습니다.

2023년에 1만 명이 잘렸고 이유는 AI라고 했습니다
2023년에 게임 스튜디오에서 1만 명 넘게 잘렸습니다. 2024년은 1월부터 7월까지만 세도 1만 1500명이었습니다. 스튜디오 서른 곳 넘게 통째로 문을 닫았습니다. GDC가 올해 초에 낸 보고서를 보면 미국 게임 개발자의 33퍼센트가 2년 사이에 감원됐습니다. 2022년부터 2025년 중반까지 업계 전체에서 4만 5천 개쯤 되는 자리가 사라졌다는 집계도 있습니다.
이유로 자주 붙은 게 AI였습니다. 생산성이 올라가니 인원이 덜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따로 정리돼 있습니다. 2022년에 게임 매출이 4퍼센트 줄었는데 그해 인플레이션이 8퍼센트였습니다. 실질로는 12퍼센트가 빠진 셈입니다. 코로나 때 사람을 너무 뽑았고, 특수가 끝났고, 금리가 올랐습니다. 여기에 전쟁발 고유가까지 겹쳤습니다.
이 설명들이 훨씬 지루합니다. 그리고 말하는 사람에게 불리합니다.
과잉 고용은 경영진이 판단을 잘못했다는 뜻입니다. 금리와 인플레이션은 통제 밖이지만 몇 명을 뽑을지는 통제 안이었습니다. 반면 AI 전환은 앞을 보고 내린 결정처럼 들립니다. 같은 감원인데 하나는 실수의 수습이고 하나는 전략입니다.
투자자 앞에서 어느 쪽을 고를지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시장이 안 좋아서였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쪽이라고 단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AI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어디서도 검증된 적이 없는데 3년치 인사 결정이 그 문장으로 설명됐다는 건 짚어둘 만합니다.
2024년 11월의 목록에 게임 엔진은 없었습니다
앤트로픽이 MCP를 공개한 게 2024년 11월 25일입니다. AI 에이전트를 바깥 도구에 붙이는 규격입니다. 그전까지 에이전트가 볼 수 있는 건 사람이 복사해서 붙여넣은 것까지였습니다.
공개할 때 같이 나온 레퍼런스 서버 목록이 있습니다. 구글 드라이브, 슬랙, 깃허브, 깃, 포스트그레스, 퍼펫티어.
게임 엔진은 없습니다.
이게 2024년 11월입니다. 감원이 한창이던 시점에 AI 에이전트는 유니티도 언리얼도 블렌더도 만질 수 없었습니다.
코드 파일은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건 텍스트니까요. 대신 그 코드가 붙어 있는 씬을 열어볼 수는 없었습니다. 게임 오브젝트에 어떤 컴포넌트가 달려 있는지, 값이 얼마로 세팅돼 있는지, 프리팹이 어디에 배치돼 있는지를 못 봤습니다. 콘솔에 뜬 에러도 스스로 못 읽었습니다. 사람이 복사해서 채팅창에 붙여넣어야 했습니다.
게임 개발에서 코드만 텍스트입니다. 나머지는 에디터 안에 있고, 그 안은 그때 닫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2023년과 2024년에 게임 스튜디오에서 사람을 줄이면서 든 이유는, 그 시점에 그 업무를 실제로 대신할 수 없는 도구였습니다. 웹 개발자가 커서로 CRUD를 뽑아내는 걸 보고 게임 개발도 그렇게 될 거라고 미뤄 짐작한 거라면 이해는 갑니다. 다만 짐작이었습니다.
기술이 뭘 할 수 있는지와 조직이 뭘 할 수 있다고 믿는지 사이에 2년이 비어 있었습니다.
블렌더 MCP를 개발한 건 개인이었습니다
카파시가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을 트윗한 게 2025년 2월 2일입니다. 코드가 존재한다는 걸 잊고 흐름에 몸을 맡긴다는 식으로 썼습니다. 커서에 소네트를 붙인 게 너무 잘 돼서 가능해졌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2025년 3월 7일에 blender-mcp가 만들어졌습니다. 개인이 만든 커뮤니티 플러그인입니다. 블렌더 안에 소켓 서버를 띄우고 JSON을 주고받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오브젝트를 만들고 옮기고 지우고, 재질을 바꾸고, 씬 상태를 읽고, 파이썬을 실행합니다.
이게 게임 쪽 도구가 텍스트 프로토콜로 자기를 연 첫 사례입니다. 한 사람이 만들었습니다.
유니티 MCP는 2026년 5월 11일에 오픈되었습니다
유니티 공식 MCP 서버가 오픈 베타로 열린 게 2026년 5월 11일입니다. AI Assistant 패키지에 들어 있고, 유니티 6 이상에 유니티 클라우드 연결과 구독이 필요합니다.
붙이면 에이전트가 할 수 있는 게 이런 것들입니다. 씬 계층을 읽고 게임 오브젝트를 만들고 고치고 지웁니다. 프로젝트 안의 C# 스크립트를 읽고 씁니다. 콘솔의 로그와 경고와 에러를 읽습니다. 게임 오브젝트의 컴포넌트 값을 읽고 씁니다. 빌드 설정을 봅니다.
유니티가 블로그에서 예시로 든 흐름이 있습니다. 에이전트가 콘솔을 읽고, 관련 스크립트를 찾아 열고, 고쳐서 저장하고, 다시 콘솔을 확인해서 에러가 사라졌는지 봅니다. 사람이 에러 메시지를 복사해서 채팅창에 붙여넣던 구간이 없어졌습니다.
여기가 도착 지점입니다. 2026년 5월입니다.
맵이 작다는 건 코드를 아무리 봐도 안 나왔습니다
바이브 코딩이 웹이나 스크립트에서 먼저 자리 잡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결과물이 텍스트였기 때문입니다. 모델은 텍스트를 뱉고 코드는 텍스트입니다. 잘 됐는지 확인하는 것도 텍스트입니다. 테스트가 통과했는지 아닌지 문자열로 나옵니다.
게임은 결과물이 텍스트가 아닙니다. 씬이고 메시고 머티리얼이고 프레임입니다. 검증도 텍스트가 아닙니다. 재미있는지는 grep이 안 됩니다.
제가 로블록스로 게임을 몇 개 만들면서 이걸 실제로 겪었습니다. 루아로 짠 코드는 전부 텍스트라 AI가 잘 다뤘습니다. 테스트 스펙도 짜고 돌렸고 통과 여부가 숫자로 나왔습니다.
맵이 너무 작다는 건 코드를 아무리 봐도 안 나왔습니다.
스터드 값은 숫자로 코드에 박혀 있습니다. AI는 그 숫자를 정확히 읽고 정확히 고칩니다. 100을 200으로 바꿔달라고 하면 바꿉니다. 문제는 100이 답답한 크기인지 아닌지를 물어볼 데가 없다는 거였습니다. 제가 게임에 들어가서 걸어봐야 알았습니다.
스승 NPC까지 거리가 몇 스터드인지는 좌표 빼기로 계산이 됩니다. 그 거리를 걸어가는 동안 지루한지는 계산이 안 됩니다. 앞은 텍스트고 뒤는 아닙니다.
그게 감이 안 오는 상태로 기획서를 쓰니까 결정이 한쪽으로 쏠렸습니다. 예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것부터 규칙이 됐습니다. 더 중요해서가 아니라 검사로 옮기기 쉬워서였습니다.
나중에 기획서를 뜯어보니 확정된 결정이 열두 개였는데 전부 범주형이었습니다. 있다 없다, 한다 안 한다. 크기를 정한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MCP가 해결한 게 딱 이 지점입니다. 게임 쪽 도구가 자기 상태를 텍스트로 내보내기 시작한 덕분입니다. 모델 성능이 좋아져서 온 게 아닙니다. 씬 계층이 JSON으로 나오는 순간 그건 다시 텍스트가 됩니다.
북미는 줄었는데 중국은 늘었습니다
여기서 두 번째로 안 맞는 게 나옵니다.
2024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채용 공고에서 아시아·태평양 비중이 10퍼센트포인트 올랐습니다. 늘어난 몫은 대부분 중국입니다. 유럽은 그대로였고 북미는 줄었습니다.
동양은 다시 뽑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이 데이터로 읽으면 조금 다릅니다. 전체 일자리가 회복된 게 아닙니다. 북미 스튜디오에서만 2만 5천 개 자리가 없어졌고 올해도 1만 5천 명쯤 더 잘릴 거라는 전망이 나와 있습니다. 구직자 대 공고 비율이 전 세계 5대 1인데 북미는 11대 1입니다. 일본은 서구식 대량 해고 보도가 없는 대신 눈에 덜 띄는 방식으로 인원이 줄고 있다는 개발자 증언이 있습니다.
전체가 줄어든 채로 자리만 옮겨갔습니다.
이게 AI 탓이라면 설명이 안 됩니다. 클로드도 코파일럿도 커서도 중국 스튜디오 책상 위에 똑같이 있습니다. 모델이 태평양 건너편에서만 코드를 잘 쓰는 게 아닙니다. 기술이 원인이면 감소가 지역을 안 가려야 합니다.
실제 분포를 설명하는 건 인건비고 자본 비용이고 시장 접근입니다. 전부 지리적인 변수입니다.
같은 도구가 깔린 두 지역에서 한쪽만 줄었으면, 줄어든 이유는 도구 말고 다른 데 있습니다.
규격이 공개돼 있으니 개인이 블렌더 MCP를 만들었습니다
MCP를 두고 "AI를 도구에 연결하는 방법"이라고만 하면 이 차이가 안 보입니다.
원래 방식은 붙이는 쪽이었습니다. 어떤 회사가 자기 파이프라인에 AI를 붙이려면, 자기 에셋 규격을 아는 코드를 짜고 자기 워크플로우에 맞춰 넣습니다. 잘 돌아갑니다. 대신 그 회사 안에서만 돌아갑니다. 옆 회사는 에셋 규격이 다르고 파이프라인이 다르니 처음부터 다시 짭니다.
MCP는 반대 방향입니다. 도구 쪽이 "나는 이런 걸 할 수 있고 인자는 이렇게 받는다"를 규격에 맞춰 내놓습니다. 그러면 그 규격을 아는 에이전트는 아무거나 붙습니다. 클로드든 코파일럿이든 커서든 윈드서프든 상관없습니다.
붙이는 쪽은 붙인 사람 것이고 여는 쪽은 연 다음부터 누구 것도 아닙니다.
블렌더에서 이게 실제로 어떻게 진행됐는지가 증거입니다. 2025년 3월에 개인 한 명이 blender-mcp를 만들었습니다. 앤트로픽이 관여한 게 아니고 블렌더 재단이 만든 것도 아닙니다. 규격이 공개돼 있으니 혼자서 만들 수 있었고, 만들어놓으니 그 규격을 쓰는 모든 에이전트가 블렌더를 만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1년 2개월 뒤에 유니티가 같은 규격을 자기 제품에 넣었습니다. 자체 규격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이미 열려 있는 쪽에 합류했습니다.
엔씨 바르코는 2023년부터 돌았지만 사내에만 있습니다
세 번째로 안 맞는 게 확산의 계보입니다.
국내 대형사들은 몇 년 전부터 사내 과제로 AI 개발 도구를 만들어 왔습니다. 엔씨소프트가 자체 언어모델 바르코를 공개한 게 2023년 8월 16일이고, 그해부터 바르코 스튜디오라는 사내 도구를 제작에 썼습니다. 다국어 음성 생성, 3D 에셋 제작, 캐릭터 표정 자동 구현 같은 걸 붙였습니다. 크래프톤은 엔비디아와 같이 AI 캐릭터 기술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감원의 명분이 나오던 그 시기에 안쪽에서는 실제로 도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명분이 완전히 허구는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그게 밖으로 나가질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바르코 스튜디오는 그 회사 파이프라인에 붙어 있습니다. 그 회사 에셋 규격과 그 회사 워크플로우 위에서 돕니다. 좋은 도구여도 다른 회사가 가져다 쓸 수는 없습니다. 지금 부산에서 지원받는 인디 개발자가 쓰는 건 바르코가 아닙니다.
사내 과제라는 게 원래 그렇습니다. 우리 파이프라인의 이 구간이 느리니까 여기를 자동화하자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 구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만드니까 잘 맞습니다. 잘 맞을수록 다른 데로 옮기기 어려워집니다.
그러니까 대형사가 3년 앞서 갔다는 말은 반쯤만 맞습니다. 도구를 먼저 가진 건 맞는데, 그 도구가 업계로 퍼질 수 있는 모양이 아니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 그림이 여기서 깨집니다. 대형사가 3년간 쌓은 것이 아래로 전달된 게 아니라, 애초에 게임을 겨냥하지도 않았던 코딩 도구가 다른 경로로 들어왔습니다.
에이전트 마흔아홉 명짜리 스튜디오
다른 경로로 들어온 것들이 다 유지되지는 않았습니다. 여기가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Claude-Code-Game-Studios라는 레포가 있습니다. 클로드 코드를 게임 개발 스튜디오로 바꿔준다는 물건입니다. 실제 스튜디오 위계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디렉터가 있고 부서장이 있고 스페셜리스트가 있습니다.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 오디오, 내러티브, QA, 프로덕션까지 부서가 갈려 있습니다.
숫자를 보면 에이전트 49개, 스킬 73개, 훅 12개, 룰 11개입니다. 문서가 63개 붙어 있고 전체 파일이 417개입니다. 별이 2만 4714개고 포크가 3540개입니다.
그런데 커밋이 38개입니다. 마지막으로 코드가 올라간 게 2026년 5월 21일이고 열린 이슈가 62개입니다. 오늘 기준으로 세 달 반째 멈춰 있습니다.
멈춘 게 완성이라서인지 손을 놓아서인지는 별 개수만 봐서는 모릅니다. 그래서 안을 열어봤습니다.
에이전트 파일 49개가 합쳐서 37만 8696바이트입니다. 스킬 73개는 89만 9478바이트입니다. 둘을 더하면 128만 바이트쯤 됩니다. 전부 마크다운입니다. 사람이 읽는 산문이고 실행되는 코드가 아닙니다.
실제로 실행되는 건 훅 12개뿐입니다. 셸 스크립트고 다 합쳐서 27킬로바이트입니다. 커밋 전에 검사하고, 푸시 전에 검사하고, 에셋이 규격에 맞는지 보고, 세션 시작할 때 로그를 남깁니다. 128만 대 2만 7천입니다.
에이전트 정의를 하나 열어봤습니다. ai-programmer라는 파일인데, 게임 AI를 만드는 담당입니다. 행동 트리, 상태 기계, 길찾기, NPC 행동을 맡는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 파일 머리에 이 에이전트가 쓸 수 있는 도구가 나열돼 있습니다. Read, Glob, Grep, Write, Edit, Bash.
파일을 읽고 찾고 쓰고 고치는 것뿐입니다.
씬을 여는 도구가 없습니다. 콘솔을 읽는 도구도 없습니다. 게임 엔진에 접근하는 도구가 하나도 없습니다. 게임 스튜디오 조직도를 마흔아홉 개로 정교하게 나눠놨는데, 그 마흔아홉 명 전부가 텍스트 파일만 만질 수 있습니다.
본문을 조금 더 읽으면 이 에이전트가 뭘 하는지 나옵니다. 설계 문서를 읽고, 모호한 부분을 찾고, 아키텍처를 제안하고, 사용자에게 물어봅니다. "이걸 [경로]에 써도 될까요?"라고 승인을 받은 다음에 파일을 씁니다.
잘 쓰인 지시문입니다. 나쁘게 쓸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이건 대화 프로토콜이지 도구가 아닙니다.
blender-mcp 는 파일 28개로 1년 반째 돌고 있습니다
blender-mcp를 옆에 놓고 보면 대비가 선명합니다.
별이 2만 6585개입니다. 비슷합니다. 그런데 만들어진 게 2025년 3월 7일이고 마지막 커밋이 2026년 8월 30일입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이틀 전입니다. 1년 반 동안 계속 돌고 있고 열린 이슈는 20개입니다.
하는 일은 훨씬 적습니다. 조직도가 없습니다. 부서도 없습니다. 소켓 열고 JSON 받아서 블렌더 파이썬 실행하는 게 전부입니다.
파일이 28개입니다. 저쪽 417개의 열다섯 분의 일입니다.
전체 용량은 119만 바이트로 저쪽 128만과 거의 같습니다. 내용물이 다를 뿐입니다. server.py가 8만 1305바이트, 애드온이 17만 5108바이트, 궤적 처리가 5만 7820바이트입니다. 전부 파이썬입니다.
테스트 파일이 여섯 개 있습니다. 애드온 매니저 테스트, 서버 스레딩 테스트, 소켓 유니코드 테스트, 그리고 외부 에셋 임포트의 보안 테스트까지 있습니다. 소켓으로 남의 명령을 받는 프로그램이라 그 부분을 실제로 검사하고 있습니다.
한쪽은 게임 스튜디오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백이십팔만 바이트로 적었고, 다른 쪽은 비슷한 양을 실행되는 코드로 채웠습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조직을 흉내 내도 텍스트는 씬 하나 못 엽니다.
유니티가 나중에 채택한 것도 조직도 쪽이 아니라 소켓 쪽이었습니다.
미국 게임 개발자 셋 중 하나가 2년 사이에 잘렸습니다
여기서 처음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인디랑 1인 개발자가 늘었습니다. AI 덕분에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설명이 붙습니다. 실제로 낮아진 것도 맞습니다. 코딩도 번역도 이미지도 도움을 받으니 예전보다 적은 돈과 시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늘어난 이유가 그것만은 아닙니다.
미국 게임 개발자 셋 중 하나가 2년 사이에 잘렸습니다. 4만 5천 개 자리가 없어졌습니다. 그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보면 상당수가 소규모 스튜디오입니다. 제니맥스에서 프로젝트 블랙버드가 엎어진 뒤에 그 팀 사람들이 몇 달 만에 새 스튜디오를 차린 사례가 보도돼 있습니다. 노동자 소유 형태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창작 결정권을 온전히 갖기 위해서였다는 이야기입니다.
희망퇴직으로 나온 사람이 있고 권고사직으로 나온 사람이 있습니다. 취업이 안 돼서 창업 쪽으로 간 사람도 있습니다. 구직자 대 공고가 북미에서 11대 1이면 열 명 중 아홉은 다른 길을 봐야 합니다.
방향이 같습니다.
이 사람들이 인디로 간 걸 두고 도구가 좋아져서라고만 하기는 어렵습니다. 도구는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동시에 돌아갈 자리가 없었습니다. 두 가지가 같이 있었고, 한 사람 안에서도 같이 있었을 겁니다.
2025년 스팀 상위 성과작의 거의 절반이 인디였다는 집계도 있습니다. 잘 되는 인디가 늘어난 건 맞습니다. 다만 늘어난 건 잘 되는 쪽만이 아니었습니다.
잘린 사람이 인디가 되고 그 숫자가 다시 근거가 됩니다
AI를 이유로 사람을 줄였습니다. 그때 그 AI는 게임 엔진에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잘린 사람들이 인디로 갔습니다.
인디가 늘었습니다.
그 증가가 "AI 덕분에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의 증거로 인용됩니다.
그리고 지자체가 그 인디를 대상으로 AI 전환 지원 사업을 엽니다.
통계는 두 원인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인디 스튜디오가 몇 개 늘었다는 숫자에는 도구가 좋아져서 시작한 사람과 자리가 없어져서 시작한 사람이 같이 들어 있습니다. 구분해서 세는 방법이 없으니 하나로 읽힙니다. 그리고 읽히는 쪽은 앞의 설명입니다.
설문을 돌린다고 갈릴 것 같지도 않습니다. 회사에서 나온 사람에게 왜 창업했냐고 물으면 도구가 좋아져서라는 답이 나오기 쉽습니다. 그쪽이 말하기 편한 답입니다. 감원 사유를 AI로 적은 회사와 같은 이유로 편합니다.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결과를 만들었고, 그 결과가 다시 원인의 증거로 돌아온 모양입니다.
스팀 출시작의 31퍼센트가 AI인데 상위 100개 중엔 11개입니다
옮겨간 곳이 넓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올해 7월 중순까지 스팀에 나온 게임이 1만 3359개입니다. 이 중 31퍼센트쯤이 AI 사용 표시를 달고 있습니다. 핀란드 개발자 술카 하로가 센 숫자입니다.
그런데 리뷰 상위 100개 안에서는 AI 표시작이 11개입니다.
세 개 중 하나가 AI를 쓴다고 적었는데 잘 되는 쪽에서는 열에 하나입니다. 만드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됐고 팔리는 데는 그만큼 도움이 안 됐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돈줄도 같이 좁아졌습니다. 국내 게임 분야 투자 건수가 2025년에 19건이었습니다. 전년보다 45.7퍼센트 줄었습니다. 퀀틱파운드리 조사에서는 게이머의 85퍼센트가 AI 활용에 부정적으로 답했고 그중 63퍼센트가 가장 부정적인 쪽을 골랐습니다.
기사에 인용된 개발자 말이 정확했습니다. 제작은 편해졌는데 마케팅까지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만들기는 쉬워졌고 팔리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제작 비용이 내려간 만큼 알리는 비용이 올라갔습니다.
부산시가 대주는 건 교육과 구독료입니다
부산시 사업의 지원 항목을 다시 보면 세 가지입니다. 분야별 전문가 1대1 매칭, 심화 컨설팅과 실습 교육, AI 서비스 플랫폼 이용료.
앞의 둘은 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고 뒤의 하나는 구독료입니다.
도구 쪽 사정을 옆에 놓으면 조금 애매해집니다. blender-mcp는 MIT 라이선스고 공짜입니다. 유니티 MCP는 유니티 구독이 있어야 하는데, 유니티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은 그 구독을 이미 내고 있습니다. AI 크레딧이 따로 차감되지도 않는다고 유니티가 명시해뒀습니다.
돈이 드는 자리와 지원이 가는 자리가 완전히 겹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이 사업이 헛돈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MCP 브리지를 붙이는 게 클릭 몇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고, 유니티 6로 올려야 하고 클라우드에 연결해야 하고 릴레이 경로를 잡아야 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 옆에서 봐주는 사람이 있는 건 확실히 다릅니다.
다만 실습 교육이 해결해주는 게 제작 속도라는 건 짚어둘 만합니다. 지금 인디에게 부족한 건 제작 속도가 아닙니다.
날짜는 확인이 되는데 「AI 때문에」는 확인할 데가 없습니다
도구가 온 건 진짜입니다. 이걸 냉소로 끝낼 생각은 없습니다.
blender-mcp는 이틀 전까지 커밋이 올라오고 있고 유니티는 자기 제품에 그 규격을 넣었습니다. 콘솔 에러를 에이전트가 읽고 고치는 흐름은 실제로 돕니다. 인디 개발자가 그걸로 뭔가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긋난 건 도착의 진위가 아니라 도착 시점입니다.
2023년에 사람을 줄이면서 댄 이유가 2026년 5월에야 실현됐습니다. 그 사이 2년 반 동안 그 문장은 검증 없이 인사 결정의 근거로 쓰였고, 그 결정으로 회사를 나온 사람들이 지금 그 도구의 사용자 숫자에 들어가 있습니다.
"AI 때문에"라는 말이 나올 때 물어볼 게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 그 AI가 실제로 뭘 할 수 있었냐는 것입니다. 이건 게임업계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지금 회사에서 AX 전환한다는 말을 듣고 있는 분이면 같은 질문을 자기 자리에 대고 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 팀이 쓰는 도구가 그 결정이 내려진 날에 뭘 할 수 있었는지, 지금은 뭘 할 수 있는지. 두 날짜 사이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
날짜는 확인이 됩니다. 릴리스 노트에 적혀 있고 커밋에 남아 있고 공식 블로그에 게시일이 붙어 있습니다. 이 글에 쓴 것들도 전부 그렇게 찾은 겁니다. 반면 "AI 때문에"는 확인할 데가 없습니다.
확인되는 쪽과 확인 안 되는 쪽 중에 어느 쪽이 결정의 근거가 됐는지를 보면, 대개 뒤쪽입니다.
지금은 그 간격이 이 이야기의 전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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