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싸이월드, 누군가에겐 흑역사,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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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홈피, 사진첩, BGM, 일촌, 방명록. 2026년 10월 베타를 예고한 네 번째 싸이월드가 모바일 환경에 맞게 재구성하겠다고 내놓은 복원 목록입니다. 다섯 개 중 넷은 무엇을 어디로 옮긴다는 문장을 쓸 수 있습니다. 하나는 그게 안 됩니다.
일촌입니다.
이름은 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되살린다는 내용은 기사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진첩과 BGM 은 파일과 메타데이터를 옮기면 되고 방명록은 글 테이블을 옮기면 되는데, 일촌은 옮긴다는 말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제가 싸이월드를 처음 알게 된 건 서비스 소개가 아니라 지인의 한마디였습니다. OK캐쉬백 포인트를 도토리로 바꿀 수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그 말 때문에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도토리를 먼저 알고 미니홈피를 나중에 안 셈입니다.
이 글에서 제가 직접 겪은 건 2000년대 중반에 싸이월드 도토리 이벤트 페이지를 만든 자리까지입니다. 2019년 이후의 인수와 재오픈은 전부 보도로 본 것이고 제가 안에서 본 게 아닙니다.

도토리 이벤트 페이지는 ASP 와 MSSQL 로 만들었습니다
2006년이나 2007년쯤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저는 프리랜서로 어느 회사에 들어가 있었고, 그 회사는 SK텔레콤 티월드 유지보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통신사 쪽 일을 계속 하다 보니 같은 계열의 발주가 들어왔습니다. 싸이월드 도토리 이벤트 페이지였습니다.
스택은 제가 고른 게 아니라 발주 측 요구였습니다. ASP 와 MSSQL 이었습니다. 그때 기준으로도 새로운 조합은 아니었지만 발주가 그렇게 내려오면 그렇게 씁니다.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남은 건 코드가 아니라 그 페이지가 놓인 자리입니다. 이벤트 페이지는 싸이월드 본체와 별개 시스템이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서버에 우리가 올렸고, 싸이월드가 해준 것은 도메인을 따준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주소창에는 싸이월드가 찍히는데 그 뒤에서 도는 건 우리 것이었습니다.
이게 이벤트 페이지 개발의 실제 난이도였습니다. 어려운 쪽은 로직이 아니라 붙는 지점입니다. 이벤트를 하려면 누가 참여했는지 알아야 하고 도토리를 주려면 계정을 알아야 하는데, 본체 안에 들어가서 붙는 게 아니라 밖에서 도메인만 빌려 쓰는 구조였습니다. 무엇을 어디까지 받고 무엇을 우리 쪽에 쌓을지가 매번 협의 대상이었습니다.
지금 되짚어보면 우리 쪽 데이터베이스에 쌓인 건 참여 기록까지였을 겁니다. 당첨자에게 도토리를 얹는 건 본체가 해야 하는 일이고, 우리는 누가 참여했다는 목록을 넘겨주는 쪽이었을 겁니다. 화면은 며칠이면 만들어지는데 그 주고받는 규약을 맞추는 데 시간이 더 들어갑니다. 이 구조를 굳이 적어두는 이유는, 그 때문에 저는 싸이월드 본체의 안쪽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이 글 마지막까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싸이월드 본체가 어떤 데이터베이스와 어떤 서버로 돌았는지 모릅니다. ASP 와 MSSQL 은 제가 만든 본체 밖 페이지의 스택이고, 그걸 본체 이야기로 넓히면 그냥 틀린 말이 됩니다. 이 글에서는 넓히지 않겠습니다.
도토리는 남의 미니홈피에 써야 값이 생겼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도토리는 내 홈피보다 남의 홈피에서 더 자주 쓰였습니다. BGM 이나 스킨은 내 것에 붙이는 거지만 그걸 붙이는 이유는 들어오는 사람이 있어서였고, 선물은 애초에 받는 사람이 있어야 성립합니다. 일촌평 하나 남기려고 홈피를 옮겨 다니던 게 그 시절 사용 방식이었습니다.
제 기억에 미니홈피를 돌아다니는 경로는 검색이 아니었습니다. 일촌의 일촌으로 넘어가는 식이었습니다. 관계 목록이 화면이면서 동시에 탐색 도구였다는 뜻입니다. 도토리는 그 경로 위에서 쓰이는 물건이었습니다. 남의 홈피에 들어갈 이유가 없어지면 도토리를 살 이유도 같이 없어집니다.
그러니까 도토리는 관계가 있어야 값이 생기는 화폐였습니다. 혼자 쓰는 계정에서는 도토리를 살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이건 제 사용 경험에서 나온 판단이고 결제 데이터를 본 건 아닙니다.
이 성격이 이번 계획과 정면으로 어긋납니다. 시그마체인은 도토리를 금융권 스테이블코인과 연동하겠다고 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이 법적으로 허용되면 도토리가 페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페이는 어디서 쓰든 값이 유지되는 화폐입니다. 도토리는 그 반대쪽에 있던 물건입니다. 도토리를 페이로 만들겠다는 말은 도토리에서 관계를 떼어내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문자 100건 무료로 깐 네이트온, 그 안에 있던 싸이월드
메신저는 계속 옮겨 다녔습니다. ICQ 를 쓰다가 소프트메신저로 갔고, 그다음이 MSN 이었고, 그다음이 네이트온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자리에 모바일 메신저가 있습니다.
네이트온을 설치한 이유는 싸이월드가 아니었습니다. 문자 100건이 무료였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 시절 문자 한 건에 얼마씩 붙던 걸 생각하면 설치할 이유로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싸이월드로 들어갔습니다.
제 경우 싸이월드에 처음 들어간 경로를 싸이월드가 만든 게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다른 서비스가 만들어줬습니다. 문자 100건 무료는 제 기억으로만 적는 것이고 이번에 외부 자료로 대조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제가 그 이유로 설치했다는 건 분명합니다.
2010년 멜론으로 옮겼을 때도 주변이 다 쓰고 있었습니다
2010년에 멜론으로 이직했습니다. 그때도 주변 사람들이 다 싸이월드를 쓰고 있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2012년이나 2013년쯤까지 저도 썼습니다. 언제 안 쓰게 됐는지는 날짜로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느 날 안 들어가게 됐고 그 뒤로는 계정이 있다는 사실만 남았습니다.
그 시기에 메신저의 다음 칸이 모바일로 넘어갔습니다. 네이트온은 그 칸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제 눈에는 이게 싸이월드 쇠락의 원인이라기보다 같이 일어난 일로 보입니다. 저를 데려다준 서비스가 그 자리에서 없어졌고, 그러면 그 경로로 들어오던 사람도 같이 없어집니다.
첫 번째 오지목 — 미니홈피를 블로그로 바꾼 개편
제가 보기에 싸이월드가 처음 잘못 짚은 건 인수나 재오픈이 아니라 그 전에 있었던 개편입니다. 미니홈피를 블로그 쪽으로 끌고 갔습니다. 정확히 언제였고 그 개편의 공식 명칭이 무엇이었는지는 이번에 찾다가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연도를 적지 않고 제가 본 것만 적습니다.
블로그가 되면 화면의 단위가 바뀝니다. 미니홈피는 사람이 단위였습니다. 누구네 집에 들어가서 사진 보고 방명록 쓰고 나오는 구조입니다. 블로그는 글이 단위입니다. 어떤 글이 올라왔는지가 먼저 보이고 그 글을 쓴 사람은 그 뒤에 보입니다.
이 차이가 큽니다. 사람이 단위인 화면에서는 일촌 목록이 곧 탐색 도구입니다. 글이 단위인 화면에서는 일촌 목록이 그냥 목록이 됩니다. 관계를 화면에서 뒤로 밀어놓고 나면 그 관계가 서비스의 자산이라는 사실도 같이 흐려집니다.
왜 그쪽으로 갔는지는 짐작만 합니다. 그 시기에 검색으로 들어오는 방문자가 커지고 있었고, 미니홈피는 검색에 잘 안 걸리는 구조였습니다. 로그인해야 보이고, 일촌만 볼 수 있는 글이 많고, 주소가 사람 단위입니다. 검색을 받으려면 글이 밖에 노출되는 형태가 유리합니다. 다만 그 개편으로 얻는 방문자와 잃는 관계는 같은 단위로 셀 수 없습니다. 방문자는 그날 바로 세어지고 관계가 식은 정도는 세어지지 않으니, 회의실에서 어느 쪽 숫자가 이겼을지는 짐작이 갑니다.
부활을 네 번으로 세는 건 언론의 셈입니다. 이 글에서 제가 세는 건 부활이 아니라 복원 명세이고, 그 첫 번째가 이 개편입니다. 회사가 바뀌기도 전에 나왔기 때문에 부활 횟수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세는 대상이 다르면 숫자가 달라지는데, 기획서의 "작게"를 코드에서 세어봤을 때도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2022년 4월 2일 재오픈에 붙인 메타버스와 자체 코인
싸이월드는 2019년에 경영난으로 사실상 서비스가 멈췄고, 2021년에 싸이월드제트가 사업을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4월 2일 싸이데이에 다시 열었습니다. 붙인 것은 메타버스와 자체 코인이었습니다.
2023년 8월 1일에 다시 멈췄습니다. 사유로 나온 것은 메타버스 부진, 잦은 경영진 교체, 코인 관련 법적 분쟁, 투자금 소진입니다.
네 가지 중 셋은 회사 사정이고 하나는 제품 사정입니다. 제품 쪽에서 나온 게 메타버스 부진인데, 이건 그냥 유행이 지났다는 이야기로 넘기기 어렵습니다. 메타버스는 공간이고 공간은 사람이 있어야 성립합니다. 아무도 없는 광장을 잘 만들어도 들어간 사람은 아무것도 할 게 없습니다. 미니홈피가 사람 하나에 화면 하나였던 것과 정반대의 요구입니다. 사람이 모여 있어야 값이 생기는 물건을 사람이 흩어진 뒤에 만들었습니다.
2024년 11월 싸이컴즈는 이용자 데이터를 인수했습니다
2024년 11월에는 SPC 인 싸이컴즈가 싸이월드제트로부터 사업권과 자산, 그리고 이용자 데이터를 인수했습니다. 2025년 정식 서비스가 목표였는데 무산됐습니다.
인수 목록에 이용자 데이터가 들어간다는 게 이 대목에서 눈에 걸립니다. 데이터는 인수 대상이 됩니다. 용량이 있고 스키마가 있고 넘겨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인수 대상이 아닙니다. 계정 테이블을 통째로 넘겨받아도 그 계정의 주인이 같이 넘어오는 게 아닙니다.
계정과 사람의 이 간격이 네 번의 계획에서 매번 같은 모양으로 나타납니다. 계획서는 계정 쪽을 세고, 실제로 필요한 건 사람 쪽입니다.
2026년 8월 시그마체인은 NFT 와 스테이블코인을 붙였습니다
2026년 8월에 블록체인 기업 시그마체인이 싸이컴즈로부터 IP 라이선스를 확보했습니다. 10월 베타, 2027년 상반기 정식 서비스가 목표입니다. 수익모델은 NFT 와 스테이블코인을 쓰는 웹3 입니다.
시그마체인은 자본금 60억원 규모의 대구 소재 기업이고, 대표가 싸이월드 초기 데이터베이스 설계에 참여한 이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같은 기사에서 개발 역량과 자금력에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여기에 전 싸이월드제트 대표가 주주 통보 없는 자산 이전은 영업양도 절차 위법이라고 주장하는 분쟁도 붙어 있습니다.
2022년에 붙인 것은 메타버스와 자체 코인이었고 2026년에 붙인 것은 NFT 와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유행이 바뀌었으니 이름도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고르는 기준은 같습니다. 둘 다 관계 없이도 성립하는 화폐입니다. 코인은 지갑 하나만 있으면 값이 있고 NFT 는 소유자 한 명만 있으면 값이 있습니다. 도토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화폐를 붙인 두 번이 다 이쪽을 고른 이유는 유행이 아니라고 봅니다. 관계 없이 성립하는 물건은 명세를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행량, 지갑 구조, 연동할 결제망. 이걸 문서로 쓸 수 있고 일정으로 쪼갤 수 있고 투자자에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일촌은 그런 문서가 나오지 않습니다.
언론에서 지금 나오는 반응은 기대가 아니라 피로감입니다. 몇 번째 되살리는 거냐는 지적이 세계일보와 ZDNet 양쪽에서 같이 나왔습니다. 저도 같은 쪽입니다. 다만 피로한 이유가 횟수 때문은 아니라고 봅니다. 매번 같은 쪽만 목록에 올려 왔기 때문입니다.
못 넘겨받은 cyworld.com 과 확보한 cyworld.co.kr
이번에 확보된 도메인은 cyworld.co.kr 입니다. cyworld.com 은 법적 문제로 넘겨받지 못했습니다.
20년 전에 제가 만든 이벤트 페이지는 코드가 우리 것이었고 도메인이 싸이월드 것이었습니다. 이번은 반대입니다. IP 라이선스는 있고 도메인은 없습니다. 서비스 이름을 쓸 권리를 사 왔는데 그 이름으로 된 주소는 못 받은 상태입니다.
간판과 실체가 어긋나는 건 확인해볼 만한 신호입니다. 공유기 상품 페이지에 1Gbps 라고 적혀 있는데 안에 든 칩셋은 100Mbps 였던 것을 확인한 적이 있는데, 그때 배운 게 표지의 문장과 안쪽의 부품을 따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표지는 IP 라이선스이고 안쪽은 도메인과 데이터와 사람입니다.
세이클럽은 2023년 5월에 자기 아바타를 지웠습니다
같은 시기에 사람이 몰렸던 서비스들을 이번에 하나씩 확인해봤습니다. 셋 중 하나는 제 예상과 달랐습니다.
세이클럽은 지금도 운영 중입니다. NHN벅스가 서비스를 하고 있고 접속이 됩니다. 서버를 끈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카페 서비스는 2018년 8월 30일에 종료됐고, 타키 메신저는 2023년 5월 16일 개편 때 종료됐습니다. 같은 2023년 5월에 아바타도 삭제됐습니다. 아바타는 세이클럽이 선도한 시스템이었습니다.
여기서 멈춰서 다시 읽었습니다. 서버가 켜진 채로 자기 아바타를 지운 겁니다.
아바타는 도토리와 같은 종류입니다. 남이 봐야 값이 생깁니다. 내 아바타에 옷을 입히는 이유는 누가 내 방에 들어와서 그걸 보기 때문이고, 아무도 안 들어오면 그 옷은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기능은 그대로 돌아가는데 값이 없어지고, 그때부터 그 기능은 유지 비용만 남습니다. 그래서 지웁니다.
싸이월드가 되살리겠다는 목록의 절반이 이 종류입니다. 사진첩은 남이 봐야 하고, BGM 은 남이 들어와야 하고, 방명록은 남이 써야 합니다. 세이클럽은 서버를 켜둔 상태에서 그쪽을 하나씩 정리했습니다. 부활 프로젝트가 되살리려는 것이 애초에 꺼진 적 없는 사례를 만들어놓고, 그 상태에서도 안 된다는 걸 보여준 셈입니다.
지금 세이클럽의 주 이용층은 40~50대이고, 문서는 접속하는 사람만 접속하는 사이트라고 적어놨습니다.
아이러브스쿨은 2024년에 도메인이 만료돼서 끝났습니다
나머지 둘은 예상대로였는데, 끝나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프리첼은 2011년 3월에 파산하고 2013년 2월 18일에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열다섯 해 만이었습니다. 회사가 없어지고 서비스가 따라 없어진 순서입니다.
아이러브스쿨은 2022년에 스마트폰 앱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싸이월드만 계속 되살려지는 게 아닙니다. 아이러브스쿨도 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에 도메인이 만료되면서 접속이 안 되고 앱도 내려갔습니다.
도메인 만료로 끝났다는 대목에서 앞 절이 떠올랐습니다. 시그마체인이 cyworld.com 을 못 넘겨받은 자리와 같습니다. 부활한 서비스가 마지막으로 걸리는 데가 관계도 데이터도 아니고 주소였습니다. 주소는 갱신을 안 하면 남의 것이 되고, 그 순간 이전에 쌓인 링크가 전부 다른 데를 가리킵니다.
셋을 나란히 놓으면 이렇게 됩니다. 프리첼은 회사가 없어져서 끝났고, 아이러브스쿨은 되살렸다가 주소를 놓쳐서 끝났고, 세이클럽은 아직 켜져 있는데 사람이 없습니다. 세 가지가 다른 실패인데, 그중 어느 것도 「데이터를 복원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인수는 계속 성립합니다. 시그마체인이 사 온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IP 라이선스입니다. 이름의 값은 계약서에 금액으로 적을 수 있고, 그게 거래가 성립하는 조건입니다.
이름은 옮길 수 있는 자산입니다. 관계는 아닙니다. 그래서 매번 옮길 수 있는 쪽만 거래되고, 서비스의 실제 자산이었던 쪽은 거래 대상 목록에 이름으로만 올라갑니다.
당근모임은 전국구가 아니라 동네로 모입니다
사람들이 온라인 모임을 그만둔 건 아닙니다. 모임의 반경이 바뀌었습니다.
싸이월드의 일촌은 전국구였습니다. 학교 선후배, 전 직장 동료, 어디서 한 번 마주친 사람까지 다 들어왔습니다. 지금 제 주변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커뮤니티는 카카오 오픈챗과 당근 쪽입니다. 오픈챗은 주제 하나로 모이고 당근은 동네 하나로 모입니다. 둘 다 반경이 작습니다.
참고로 놓을 수치가 있습니다. 당근모임이 2026년 상반기에 MAU 1000만을 넘겼고, 연령 분포는 40대가 27퍼센트, 30대가 26퍼센트, 50대가 23퍼센트입니다. 30대부터 50대까지가 76퍼센트입니다. 싸이월드를 쓰던 사람들이 지금 있는 자리가 저기입니다.
이 세대가 온라인 모임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전국구 그래프를 안 쓰는 겁니다. 반경이 작으면 관계를 유지하는 비용이 적게 듭니다. 동네 모임은 안 나가도 다음 달에 또 있고, 주제 오픈챗은 관심이 식으면 나가면 됩니다. 일촌은 그런 식으로 끊기지 않았습니다. 한번 맺으면 남아 있고 남아 있는 채로 관리 대상이 됐습니다.
그 관리 비용이 커뮤니티의 실제 부담입니다. 개발자 커뮤니티 60건을 세어봤을 때 댓글이 거의 0이었던 것도 같은 종류로 보입니다.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반응할 이유가 없으면 계정만 남습니다. 인수 목록에 적힌 이용자 데이터도 그런 상태일 수 있습니다.
저는 제 이벤트 페이지를 어떻게 배포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제 쪽 이야기를 하나 더 해야 합니다.
저는 그 이벤트 페이지의 스택이 ASP 와 MSSQL 이었다는 걸 기억하고, 그게 발주 측 요구였다는 것도 기억하고, 도메인을 싸이월드가 따줬다는 것도 기억합니다. 그런데 소스를 어떻게 올렸는지,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연결했는지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FTP 였는지 다른 방식이었는지, 연결 문자열을 어디에 뒀는지, 스테이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전부 비어 있습니다.
한 화면짜리 이벤트 페이지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게 정상입니다. 20년이 지나면 그렇게 됩니다. 배포 방식이나 연결 설정은 사람 머리에 남는 종류의 지식이 아닙니다. 그건 그때의 배포 스크립트와 설정 파일과 운영 문서에 있었고, 저는 그 파일들을 다시 볼 일이 없었으니 기억에서 사라졌습니다. 사라진 게 아니라 애초에 제 머리가 저장 장소가 아니었던 겁니다.
그래서 「싸이월드 초기 데이터베이스 설계에 참여했다」는 이력의 무게가 여기서 정해집니다. 저는 이걸 자격 미달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초기 설계에 참여한 건 사실이고, 스키마를 읽고 무슨 의도로 만들어졌는지 알아보는 능력은 실제로 남습니다. 그건 적지 않은 자산입니다.
다만 그게 복원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시스템을 되살리는 데 필요한 지식은 스키마가 아니라 그 위에 얹혀 있던 것들입니다. 배치 작업, 캐시 전략, 통신사 연동 규약, 결제 정산 흐름, 장애 났을 때 어디부터 보는지. 그건 사람이 아니라 그 회사의 문서와 코드에 있었고, 회사가 몇 번 바뀌는 동안 그게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기억은 확인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저도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를 "사옥에 불이 났다"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불이 난 곳은 사옥이 아니었습니다. 20년 전 스키마를 기억한다는 말도 그런 확인을 거쳐야 무게가 정해지는 종류의 말입니다.
일촌은 관계 테이블 한 개인데 그 행만 살려도 죽은 엣지입니다
스키마를 열어놓고 되살릴 것을 고르면 목록이 저절로 나옵니다.
사진첩은 파일과 메타데이터입니다. 어디에 있고 몇 개이고 어디로 옮길지 쓸 수 있습니다. BGM 은 파일에 라이선스 문제가 붙어 있어서 더 복잡하지만 그래도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가 명확합니다. 방명록은 글 테이블입니다. 미니홈피는 그 세 개를 담는 화면입니다. 넷 다 복원 명세가 나옵니다.
일촌은 관계 테이블 한 개입니다. 스키마상으로는 넷보다 단순합니다. 행 수도 셀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행을 되살려도 양쪽 사용자가 함께 돌아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쪽만 로그인한 일촌 관계는 화면에 이름 하나가 떠 있는 것이고, 그 이름을 눌러도 비어 있는 홈피가 나옵니다.
일촌은 한쪽이 신청하고 다른 쪽이 수락해야 맺어지는 관계였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맺으면서 서로를 뭐라고 부를지도 같이 정했습니다. 데이터로 보면 행 하나에 사용자 두 명과 호칭 두 개가 들어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까 복원한다는 건 그 행을 다시 넣는 일이 아니라 그 수락을 다시 받는 일에 가깝습니다. 행은 개발자가 넣을 수 있고 수락은 넣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일촌의 복원 여부는 시스템 안에서 판정할 수 없습니다. 파일이 옮겨졌는지는 서버에서 확인되지만, 관계가 되살아났는지는 두 사람이 같은 시기에 돌아왔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세는 방법이 시스템 밖에 있는 항목입니다. 규격을 두 가지 방법으로 세면 18건과 7건이 나온다는 것을 확인한 적이 있는데, 일촌은 세는 방법이 두 가지가 아니라 아예 없는 쪽입니다.
명세를 쓸 수 없는 항목은 계획서에 오르지 못합니다. 그래서 목록에는 이름만 올라갑니다. 이번 발표의 다섯 항목 중에 일촌이 들어 있는 건 그 이름이 싸이월드를 상징하기 때문이고, 그 옆에 아무 설명이 없는 건 쓸 문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10월에 베타가 열리면 저는 아마 로그인해볼 겁니다. OK캐쉬백 포인트로 바꿔뒀던 도토리가 남아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다만 제가 열어볼 화면은 사진첩일 것 같습니다. 일촌 목록을 열어봐도 거기 있는 이름들이 같은 달에 같이 들어와 있을지는, 지금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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